지난 해는 유난히 두려운 순간이 많았던 시간들이었다. 코로나 19 감염병이 재유행하고 태풍까지 몰려오던 8월의 어느 날, 딸 아이를 꼭 안고 이런 말을 했다.
“코로나도 무서운데 이번엔 태풍이 온대. 다음엔 또 뭐가 찾아올까 엄만 무서워.”
가만히 안겨있던 아이는 알 듯 모를 듯한 얼굴로 조용히 말했다.
“사랑.”
“응? 사랑?”
“엄마랑 나랑 이렇게 꼭 안고 있으면 사랑이 다가와. 엄마, 몰랐어?”
이 책은 두려움의 순간 우리가 종종 잊곤 하는 사랑의 힘에 대한 이야기다. 성남에서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안아주고 나눠주고 의지하는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겪으며 마주한 매일의 두려움과 이를 이겨낸 사랑의 기적을 275일간 기록했다.
책의 시작은 국내에서 코로나 19감염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지난 해 1월 말. 시청 관계자에게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앞으로 급식소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질문 받은 날이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하는 급식소 운영은 잠시 쉬어가는 것이 방역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어떤 이들에게 한 끼 식사는 목숨과도 같다. 하루의 유일한 식사인 한 끼를 위해 먼 길을 걸어 급식소를 찾는 노숙인들의 사정을 알기에 안나의 집은 급식을 중단하는 대신 방역수칙을 지켜 정성스럽게 준비한 도시락을 나누기로 결정한다. 어쩌면 이 책은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안나의 집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질문하는 누군가를 향한 김하종 신부의 대답이 될 수도 있겠다.
책의 곳곳에는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그늘에서 바이러스 창궐로 인한 고통을 온몸으로 맞이해야하는 사람들의 두렵고 비극적인 순간들이 있다. 그럼에도 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사랑, 나누고 내어주는 사랑으로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책을 다 읽고 나면 따뜻한 온기가 가득하다. 이 사랑으로 우리는 좀 더 나은 내일을 희망하게 되는 것이다.
길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여자아이를 봤어요.
그 아이는 얇은 옷을 입고 있었고 제대로 된 식사에 대한 희망이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화가 나서 신께 말했습니다.
“왜 이걸 허락합니까? 왜 당신은 무언가를 하지 않으시나요?”
그러나 신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자기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당연히 무언가를 했지. 내가 널 만들었단다.”
책에 소개된 앤소니 드 멜로 신부님의 묵상은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이다. 다름아닌 사랑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기적이 될 수 있다.
김하종 l 니케북스 l 20년 11월 15일 출간